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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이 필요했던 날


현지에서 집을 구하는 게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것에 비해 싸다는 얘기를 듣고 딱 이틀만 숙소를 예약해뒀다. 첫날은 저녁이 다 돼서 도착했으니 다음날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 우선 에어비앤비 위주로 숙소를 찾아보았는데 한달동안 머무르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이점이 있을만큼 프로모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가 원하는 조건 (투 룸, 와이파이)에 원하는 가격 (1인 40만원 미만) 으로 찾으려 하니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마음에 든다 싶으면 가격의 마지노선을 넘기 십상이었고— 짱구지역이 생각보다 비쌌다. 스미냑보단 싸겠지만..— 직접 찾는것도 숙소가 많긴 한데 다 골목골목에 있어서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녀도 일일이 찾아보는게 쉽지 않더라.


게다가 햇볕도 따가워 지쳐갈 무렵 다른 곳들보다 꽤 널찍하고 마당이 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흥정으로 겨우 우리가 원하는 목표 금액을 맞췄다.

이사하고 나서 바로 찍은 사진. 개인 방도 넓고 다른 집들에 비해 마당이 넓었다. 책상이 있길래 창가에 세팅해두었다.


사실 이날 스쿠터를 타고 도로를 달린 것도 직접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길을 찾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아 하루 전체를 긴장하면서 온갖 실수들이 있었다. 당황이 또 다른 당황을 낳고 진정은 안되고 그냥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동료에게 미안해지면서 나는 급속도로 주눅이 들었다.


아마 더 나은 숙소를 구할수도 있었겠지만 지치고 짜증나는 마음에 빨리 숙소를 빨리 끊어버린 것도 차라리 다행이구나 싶었다. 얼른 이 상황을 끝내고 숙소로 일단 돌아가야겠단 생각이었다.


분명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몸도 마음도 지쳐서 숙소 근처에서 약간 늦은 점심을 먹고 바로 들어왔다. 그래도 목표 달성은 했는데 이상하게 영 찜찜함이 계속 남아있었다. 환전해온 돈으로 앞으로 일정을 짜고 각자 쉬다가 나와서 저녁은 게스트하우스 스탭의 추천으로 동네 인도네시아 음식점을 갔다와서 방에 혼자 앉아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회고를 해보니 그 동안 나는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바로 대처하지 못하는 성격탓에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 사전 작업 (?)을 하거나 무턱대고 저지르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축에 속했었다. 이번엔 준비를 좀 했어야 했는데 약간의 게으름도 더해져 이 사단이 났구나 싶었다.


이 와중에 집구한다고 하도 돌아다녀서 숙소앞 골목이 이틀사이 굉장히 익숙해졌다. 숙소는 여기보다 한달 묵는 곳이 훨씬 좋았지만 익숙해진 골목과 스쿠터를 두고 다시 떠난다니 너무나 익숙함이 고픈 하루라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더라.물론 막상 옮기고 나니 금방 잊고 적응하긴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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