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yz4VF6x0W3M]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말은 내게 잘 어울리는 수식어이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살아가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좋은 의미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세상에 상식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면 사는 게 얼마나 괴로울까. 아니 본인 말고 그 주변 사람들이... 하지만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너무나 합리적이면 어떻게 되는 걸까? 높은 상식과 합리성은 상상력과 대치하게 된다.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가 언급한 말이다. '상상력이 낮다는 것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말했다. 왜 사람이 상식과 합리적인 면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얘기로 요즘 세상에 상상력이나 창의력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할 수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최근 개인적으로 상상력을 중요성을 크게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인식의 차이가 주는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칭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서 나의 상상력은 정말 형편없다. 올해 초에 비전 보드를 만들면서도 나는 내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당장 1년 후의 내 모습도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온전히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상상해야 했는데, 내가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려 하면 계속 한구석의 합리적인 내가 '네가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겠어? 가능성 있는 걸 생각해야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하며 자기검열을 하는 것만 같았다. 결국 합리적인 나와 타협하면서 조금 애매모호하고 해석의 여지를 두는 비전을 세우며 마무리를 짓고 한동안 핸드폰 바탕화면에 띄워 의식하고자 했지만, 비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몇 개월이 흘렀다.


그러다 발리에서 한 달을 보낸 게 작은 터닝포인트가 되면서 습관이란 키워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발리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니 사무실에 가기 전 여유시간이 생겼고, 나는 그 시간 동안 발리에서 배웠던 요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아침을 챙겨 먹으며 (그동안 아침을 챙겨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가장 놀라웠다) 시간을 보내니 그날 하루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만 같았다. 이때만 해도 체계적인 건 없었고 그냥 일어나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걸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시간도 잠시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한 번씩 늦게 잠이 들 때는 늦잠을 자고 다시 급하게 집을 나서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얘기를 동료와 하다 아침 습관이란 걸 만들고 싶다는 결론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습관 형성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미라클 모닝>이란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잠들기 전 읽는 확신의 말이라는 게 있는데 충격적이었던 건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말이었는데 만약 내가 자정에 잠들고 6시에 일어나길 원한다고 하면 "나는 오늘 밤 12:00 (PM) 에 자서 6:00 (AM) 에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6시간을 잘 수 있다. 이걸로 충분하다. 내일 절정의 컨디션으로 생활하기 위해 아주 적당한 양의 수면이다. 현실에서 나의 몸을 지배하는 것은 나의 마음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말하고 또 믿는 만큼만 자면 된다."라고 하는 글을 자기전에 읽는 것이다.


나는 일찍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번도 내가 충분히 잤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단지 일어나고 싶기 때문에 일어나야만 하는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굳세게 먹고 노력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을 '나는 충분히 자는 거야'로 바꾸고 그렇게 인식하자 놀랍게도 언제나 실패했던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한 달을 넘게 지키고 있고, 잠들기 전 읽는 확신의 말과 비슷하게 몇 개월 전부터 방치시켰던 비전 보드를 구체적인 비전의 글로 다시 정리하면서 아침에 단순히 일어나고 끝이 아닌 꾸준히 할 수 있는 아침 루틴을 만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확신의 말이 와닿았던 건 아니었다. 한 일주일 정도는 또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내가 글을 읽으면서 의심을 했다. 그런데 다른 조건은 다 똑같은데 어느 때보다 잘 일어나고 몽롱한 상태가 아니라 빠르게 정신을 차리는 자신을 보면서 상상력의 힘과 상상력을 받아들여 인식의 차이를 만든 사람의 가능성은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었는데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상상하는 것을 믿게 되는 순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맥락에서 의미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사건은 상상력이 내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상상력은 내가 이루지 못할 것을 이루는 길을 놓아주기도 하고 이룰 수 있는 일이어도 더 쉽게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