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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달리기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 중에 하나였는데 특히나 학창시절 체력장 같은 행사날이면 절실히 깨닫곤 했다. 

그런 내가 마라톤을 하는 일은 상상에나 있을 법한 일이었는데 

이번 해에 마라톤의 1/4인 10킬로미터 완주에 도전했고 완주했다.


이 한번 완주를 위해 정신적+신체적으로 한달 가량 준비를 해온 것 같다. 

물론 그걸로 완벽하지는 않았지. 준비를 하면서는 그래, 완주만 해도 어디야 싶다가 

처음으로 6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리고 나서 조금씩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간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더 얹어졌다. 


막상 대회를 나가서 달리기 시작하니 평소의 페이스 유지가 쉽지 않았고, 

평소에 다니던 코스도 아니라서 그런지 5킬로미터 반환점을 거치고 나니 내 체력이 이게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조금 더 뛰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걷기 시작했다. 아. 연습때는 원하는 만큼 뛰면서 걸은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왠지 그때부터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완주는 해야 될 것 같아서 달리다 쉬다 조금 더 힘내보다 그러고 있는데 

7킬로미터 쯤에서는 이제 발바닥이 아프고 긴장해서 잘못 달린건지 무릎도 쑤신거다. 

근데 도대체 여기 나와서 뭐하는 거지 싶더라. 

아니 나쁜 의미가 아니라 갑자기 우연히 봤던 나이키 광고가 생각나면서 

이영표가 매번 그래봤자 소용없어, 예뻐지는 것도 아닌데 뭘, 그런대도 계속하겠다 이거야?!! 하는 장면이 막 떠오르는데 

그래 계속해야지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아무래도 머리에서 계속 그만할 지 계속할지를 고민했나 보다) 해서 그때부터 열심히 또 뛰어서 결국 완주를 했다. 

피곤하거나 아프기직전에 열이 확 오르듯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 얘기를 기록하는 건 한 달 간 꾸준한 연습이었는지 그 날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데 잠깐 바빠 일주일정도 쉬어 버리면 한 일주일 정도는 뒤로 돌아가버린다. 

이틀, 적어도 3,4일에 한 번은 뛰러 나간다. 지금도 뛰는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고, 

막상 개월로 따지면 오래 한 것도 아니라 실력이 그렇게 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비슷한 지점에서 힘들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더 힘들다. 


그런데 이제야 왜 오래 달리기를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다.

머리 속이 복잡하거나 무언가 속에서 발산하고 싶을 때 달리는 것이 정말 적격이다. 

뛰다 보면 그런 날은 더더욱 오기가 생겨서 계속 뛰는데 그때 고민의 중심이었던 생각이 작아지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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