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얼마전 가족여행으로 패키지를 끊어 중국 장가계를 관광하고 왔다. 


1년에 30일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는 곳이라고 좋은 날씨는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그 12분의 1 확률에 들었는지 도착했을 때 날씨가 정말 맑았다. 

우리 패키지 멤버가 만난 가이드 분은 핏줄은 한국, 국적은 중국, 고향은 연변 사람으로 항상 말을 할 때 '~이'와 '~가'를 같이 붙여서 '~이가'라고 하셨는데 예를 들면 "여기서는 시간이가 없으니 빠르게 가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버스에서 이동하는 동안은 항상 중국과 장가계 지역 문화에 대해 말을 많이 해주셨다. 패키지 여행은 어쩌다보니 처음이었는데 몇몇 분들은 재미가 없다며 안 좋아 하셨지만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중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과 반대로 가이드 아저씨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 소수민족이 50개가 넘는 다는 것도, 각자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몰랐고, 같은 국적이어도 생활이나 문화가 한국과 일본같이 다른줄은 몰랐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이야깃 거리였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우리는 빠르게 이동했다. 마르고 크지 않은 체구에 팔자 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어가는 가이드 아저씨 뒷모습은 펄쩍 뛰어가는 개구리 같았는데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나면 얼른 앞으로 나가다가도 사람들이 뒤쳐질만 할 때쯤 다시 뒤돌아보고 기다려주기를 반복했다. 


장가계는 한국에서 효도관광이나 어르신들이 가는 관광으로 유명하지만 실상은 하루에도 5-6번은 줄서서 길게는 1시간이 넘게 기다리고 하루 평균 걸음 수가 2만이 넘는 하드코어 여행패키지라 그런 사실을 모르고 왔다가는 정말 돌아가서 아들 한 대 패줘야 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든 사람은 왜이리 많은지 맘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안 되는데 잠깐만 공간이 벌어지면 새치기 당하기 십상이라 긴장의 끈도 늦출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가이드 아저씨는 언제나 사람들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있었고 긴 줄을 뚫고 표를 끊어 와서는 뒤쳐진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고 인원이 빠져 있으면 돌아가서 사람들을 챙겨오는 거였다. 


막상 돌아다닐 때는 그런 모습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인지 아니면 정말 돌아다니는 중에는 가이드를 보는 순간이 잠깐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말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이되고 나서 모든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생각해보니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장가계같이 힘든 장소를 가이드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건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골프여행으로 유명한 해남도 같은 곳에 가이드를 하면 여행객들이 낮에 골프를 치면 자기는 잠도 안오는데 뭘하냐며 

그런 모습을 보니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멋있었던 부분은 중국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였는데 중국이 뭐든지 좋다는 얘기도 아니었고, 이런 부분은 아니고 이것도 아니지만 중국 사람들은 이런 구석이 있다. 하시며 얘기할 때, 심지어 "중국 사람들은 새치기를 많이 한다"고 가이드가 얘기했을 때 누군가 "질서가 없네요"라고 하자 그게 바로 중국의 질서라고 얘기하는 점조차 그게 뭐야? 란 생각보다 이 분의 자부심에서 나오는 진심으로 느껴져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사실 또 다르다. 패키지 상품에 끼여 있는 상품 홍보와 가이드의 마진에 대해서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순수히 여행만을 원하는 여행객과 의견 충돌이 충분히 있을 수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관점은 사람들을 공항에 데려다주며 곧바로 다시 또 다른 패키지 여행객을 받으러 간다는 그런 하드코어 정신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