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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라는 말은 뛰어난 통찰력으로 미래의 일을 환하게 살펴서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요즘 트렌드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변화 방향을 유추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요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TV프로그램에서 시작해서 지금 책으로 한창 핫한 것 같다.


사실 서문에 오늘날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가 절실한 시대이며 "안목을 갖춘 사람들의 지혜를 빌려서라도 불안을 잠재우고 싶어한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 미래를 알고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늘날의 누구나 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의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 만약 안목과 지혜가 언제나 필요한 것이었으면 굳이 절실하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우리가 과거에 비해 미래를 알아보기 더 힘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과거는 우리가 충분히 미래를 그릴 수 있었다고 과대평가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 치면 "절실한 시대"라는 문구가 이상하게도 거슬리는데 도대체 무엇이 절실하다는 말일까? 궁금하다.


아무튼 트렌드를 통해 미래의 어떤 방향을 알아본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책을 보면 (이런 잘 정리된, 이런 큰 얘기를 작은 책에 담은 등등) 가끔 누군가가 요약해놓은 글을 읽는 것같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분명 글을 쓴 사람만큼의 이해를 가질수도 없거니와 겉핡기식으로 본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은 거다. 이런 생각을 파고 들어가면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을 수 있다는 믿음과 맹목적인 읽기에 대한 비판이 원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실 책을 읽으며 우려보다 익숙하지 않은 지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과 이 책을 시발점으로 해서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책 제목에서 나도모르게 가진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큼 미래를 보여주기 보다는 미래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 더 컸다. 물론 좋은 가르침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도록 힌트를 주는 거라지만...하긴 그렇긴 하지...


'미래의 기회'편에서는 윤리, 기술, 중국, 교육 네 가지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각 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와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윤리편

인간이 때때로 이익을 포기하면서 공정함을 기준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선택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 행동한다는 사람의 본질적인 이야기 부터

최근 얘기가 많은 '김영란법'에 대한 얘기도 어떤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지까지 이해되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고 충격적인 우리나라의 연간 부패비용도 알 수 있었다.


기술편

"인공지능으로 위기가 닥친다면 그 원인은 철학의 부재이다."

"21세기 문맹인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사람" - 앨빈 토플러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제조 강국이며 최고의 IT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IT기술이 아니라 인프라라는 것이 조금은 씁쓸하다.


중국편

제주도에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게된 이유가 2010년부터 였다고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 의해서 2023년까지 시행되고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남 여수, 부산, 인천, 경기 파주, 강원도 등 생각보다 많았다. 제주도에 관광객이 늘어도 현지인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통화가치 절하가 '환율전쟁'을 불러일으키고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켜 무역 의존도 높은 국가 (우리나라)에 어려움을 준다는 걸 깨달았고

중국은 10년 사이 인건비가 많이 올랐으며 부채가 많고 부동산 투자가 과열이라 실물경제가 위험할 수 있겠다는 것도 그래서 리스크를 안고 통화가치 절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중국 소비패턴은 투자, 수출에서 내수소비로 바뀌고 있다.

한편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익히 듣긴 했지만 1990년대생을 뜻하는 '주링허우' 세대에 대한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다. 


교육편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이 너무나 수용적이라는 문제.. 

...배우면 배울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모순이 생겨난다.

예전 대학이 상징했던 그러면서 정말로 그랬던 그 역할이란 이런 것이었다.

대학은 사회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시대 변화를 올바르게 읽어내는 비판의 장이자 시대가 묻는 엄중한 물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지성의 공간

한 대학에서는 4년 내내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을 한다고 한다. 

좋은 직장이라는 이름에 가려지지 않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능력, 나에게 정말 좋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 세밀한 지식만이 아닌 전체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바로 마스터키

사실 마스터키란 "삶의 순간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혜, 극한 경쟁 속에서 발버둥치는 이기적인 개인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방법을 같이 도모할 수 있는 지혜" 라고 이 편 마지막장 최진영PD는 말하고 있다.


맞다. 더 이상 21세기는 지식의 시대는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 있는 판단력

어느 것이 핵심인지 파악해내는 통찰력

흩어져 있는 지식들을 연결하는 통섭력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느끼는 감각

이런 것들이 지식없이 생긴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아는 것과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것의 차이에서 지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격변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빠르게 바뀌는 시대를 앞서가기위해 적어도 뒤처지지는 않으려고 우리는 이전보다 계속해서 더 빨라지려고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더 나아지고 더 빨라지고에 여전히 집중한다면 지혜고 마스터키고 철학같은 눈에보이는 발전이나 성장이 없는 것들을 시도하고 바꿔 나갈 수 있을까? 만약 빨라지려는 마음을 멈추고 이런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이 급변하고 당장 앞날도 알 수 없는 세상은 이 변화를 통해서 진정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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