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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의 제자였다던 알베르 카뮈가 쓴 서평을 읽고 나서 <섬>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카뮈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방인>에서 무덤덤히 삶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던 사람이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신기했다.

…나는 지금도 그 독자들 중에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 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

— 알베르 카뮈 "서문에 부쳐" 중에서,

맨 처음에는 어쩜 저렇게 말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책을 보았고, 내 책장 한켠에 꼿혀 있다가 어느날인가 꺼내 보았을 때에는 카뮈가 한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기존에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물론 많은 책을 본 것도 아니지만 울림을 주는 말들이 강하게 다가왔다.

나는 그냥 살아간다기보다는 왜 사는가에 의문을 품도록 마련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하여간 <덤으로> 살아가도록 마련된 것이다. — 28페이지

내가 강한 느낌을 받은 구절은 아마 나 스스로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에 공명을 일으키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어릴적부터 책은 많이 읽지 않았지만 생각이 많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던 나는 사색을 할 때 많이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였다. 이 생각이 풀리지 않는 고민이 되었을 때부터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교에서도 반 내에서 그게 아니더라도 좁디 좁은 세계 안에서 내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운이 좋아야 했다. 이상한 건 '나와 비슷한 사람' 이라는 사람 자체를 정의내리지 않았고 지금도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냥 보면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에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서인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는데 그 책에서 나온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느낌이 와 닿았다.

당시에 책에서도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일찍 독서를 하지 않았을까 변명같은 생각을 한다.


현실에서든 책에서든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가끔은 위로나 감동을 주는 문구가 아닌데도 눈물나게 기쁜 구절이 있다. 그건 정말 기쁜 일이라 책으로 보던 실제로 어떤 이에게 듣던 감동의 최대치로 다가온다. 굳이 책이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라 아쉬울 것도 없다.


<섬>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많았다. 어떤 경우에는 구절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기억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그가 키운 고양이 물루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최근에 외삼촌네서 고양이를 얻어 가까이 있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고양이를 얻게된 사연부터 고양이의 죽음까지의 이야기는 생소하고 낯선 상황에서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두 번째로 책을 읽고 든 소감이다.

이 책이 지중해처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나 밖에서 누군가에 의해 우연히 펼쳐졌을 때 그 때의 감동은 부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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