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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어] 끝날때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고전


친한 동생이 일하는 까페에서 우연히 본 이 책의 뒷편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진정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굳건한 의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신여성 제인 에어


익히 이름을 들어온 고전중에 고전이라 그 주체성에 공감해보겠단 생각보단 그 당시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의미가 어땠을지 궁금했었다. 책은 작은 미니북이라 3권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각 권에서 주인공 제인에어가 살고 있는 배경이 달라진다. 그 와중에 제인에어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시작해서 점점 성인이 되어 가는데 달라지는 배경과 다르게 그가 가지고 있는 주체적인 생각과 행동은 변함이 없다.


처음에는 제인에어보다는 주변인들이 더 눈에 띄였다. 리드부인이 내쫓다시피해서 들어간 로우드 학교에서 만난 헬렌 번스, 템플 선생 모두 제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런 인물들이 제인의 주변에 있다는 게 좋아 보였다. 그래서 헬렌이 죽었을 때 — 그것도 줄거리의 너무나 초반에서 —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떡하자고(?) 이런 시련을 주는거지 — 이 때는 이미 나는 거의 제인이 되어 있었다. (웃음) 오히려 이야기속 제인이 더 무덤덤했지만 — 하면서 다음 장을 넘겨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놀라웠던게 이 장면장면에서 감정이 극히 절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이 사건 이후로 시간을 뛰어 넘는다. 그러니 슬픔이 뭔가 한군데 딱 묶이면서 퍼지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 여운처럼 지속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3권을 보는 와중에도 잔잔하게 헬렌 번스가 생각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샬럿 브론테는 천재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건 2권을 읽을 때 들었다. 제인이 손필드에 가정교사로 가게되고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을 — 정말 현실적이라는 표현을 덧붙여서 — 정말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로체스터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특이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작가가 천재구나 느낀 부분은 이 모든 것이 주인공에게 새로운 경험과 깨우침을 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진행을 하는 점이다. 제인의 행동 자체는 늘 솔직하고 군더더기 없었지만 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계속 새로운 상황에 놓이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사실 책을 보며 그 당시의 시대상황이나 문화가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시대적 상황을 잘 모르다보니 한번 결혼한 사람이 혼인 서약을 깨고 재혼을 한다는 게 굉장히 죄악시 되는 것이었구나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극단적인 선택들이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3권에서 역시 제인은 새로운 환경과 시련을 겪게 되는데 잠시지만 마음맞는 사람을 찾았다는 점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시련, 고뇌와 마지막 피날레까지 괜찮을만 하면 또 문제가 닥치고 거의 바람잘날 없는 날들을 보내는 제인이 매번 스스로 소신껏 결정을 하고 그 결과로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작가의 의도라기엔 아주 명확한 메세지를 받은 것 같다.


읽는 내내 감정적으로 큰 동요를 일으킨 책으로는 손에 꼽는 것 같다. 중간쯤 읽다가 다시 책의 뒷편을 보니 이런 글이 또 쓰여져 있더라.

"<제인 에어>를 읽다 보면, 샬럿 브론테의 천재성과 격정, 분개에 빠져들 것이다." — 버지니아 울프


정말 그랬다. (웃음)


이 책을 발리에 가져와서 거의 한달동안 조금씩 끊어 읽으면서 요가와 자연을 느끼며 찾은 이곳의 평온함과 책이 주는 자극이 묘하게 상생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잘 알지도 못하는 책을 들고와서 괜찮을까 고민하긴 했었는데 — 사실 책 잘 안 읽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고 하하 — 참 괜찮았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곧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이 느낌을 잘 간직하고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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