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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서 사람의 행동에 관심이 많다 보니 요즘 이상하게도 계속 비슷한 장르의 책을 많이 읽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책 표지의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란 말 그대로 바이블이다. 왜냐하면 저자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기도 하고 책 두께가 바이블이란 말이 어울림직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기 때문에...


표지는 본래 출시된 오른쪽이 내용에는 더 직관적인데 어느쪽으로나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게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란 제목을 봤을 때는 이게 직관의 편향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건지 전혀 몰랐고,

"빠르고 느린 생각"이란 제목을 보면 지금은 확 와 닿지만 몰랐을 때 느낌이 어떨까 상상해보면.. 도통 무슨 의도인지 몰라 오히려 호기심을 주는 느낌?


이 책은 인턴십하던 회사의 경력있는 개발자이신 분에게 추천을 받았는데 어떤 상황에서 이 책이 나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행복'에 관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끄트머리쯤 나오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에 관한 얘기가 굉장히 신선했기 때문에 그 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해 새로운 방이 하나 열리는 기분이었다. 


이 책에서 주로 얘기하는 건 저자의 언급과 같이 '직관의 편향'이다. 그는 생각을 시스템1, 시스템2로 표현하는데 이 용어는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다양한 동의어로 사용된다. 감정과 논리? 코끼리와 기수라던지? 주로 전자는 본능적이면서 빠릿빠릿하게 반응하고 후자는 심오하지만 게으른 느낌이다.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온전히 객관적으로만 판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감정의 코끼리가 날뛰는지는 잘 파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판단의 상황에서 나 자신은 객관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선택을 했다고 (시스템 2를 사용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시스템 2에 숙련된 반응과 휴리스틱 반응 (시스템 1)을 구분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다.

즉, 시스템 2는 시스템1이 옳은지 틀린지 판단하지 못하는 동시에 시스템 1는 감정에 의존하는 상황이 바로 '직관의 편향'을 유발한다. 책에서 드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는 차가운 물에 손을 넣고 견디는 실험 결과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훨씬 긴 보통의 고통 시간보다 참을 만 하지만 강렬한 짧은 고통을 더 두려워 한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장기간 보통 행복했던 기간보다는 단기간 강렬한 기쁨을 주었던 기간을 선호하는 편향도 유발한다.

시스템 1을 따르는 것이 항상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나 지식은 시스템 1을 통해 그 효과가 발현되곤 하는데 전문가들의 '촉'이라던지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를 빠르게 캐치하는 것도 시스템 1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바보같은 짓도 시스템 1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걸 잡아주는 게 시스템 2인 것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 2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끔은 통과하면 안되는 시스템 1을 정당화 할 때도 있고, 가끔은 잘 몰라 실수를 한다. 


자, 그럼 이 두 가지의 완벽하지 않은 자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그냥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로 끝낼 수는 없다.

저자가 제안하는 오류를 막는 방법은 지뢰밭이 있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고 시스템 2에 많은 도움을 구하라고 하는데 이게 가능했으면 세상에 실수는 없었겠지.

항상 정작 필요할 때 지나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또 다른 방법이라기 보단 하는 얘기는.. 개인보다는 조직이 오류를 그나마 잘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조직은 개인보다 더 천천히 생각하고 질서 정연하게 절차를 부과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원칙적인 얘기다.


마지막으로 행복에 관한 내용을 요약하면, 행복은 기억 행복과 경험 행복으로 나뉘는데 내가 지금 행복한 것과 시간이 흘러 이 순간을 얼마나 행복하다고 기억하는지는 사실 큰 차이를 지닌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나 우리가 한 번에 생각할 수 있는 캐시 메모리의 한계 때문인지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굉장히 압축적이고, 신기하게도 행복의 공식같은 패턴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아무리 힘든 시기를 거쳐도 마무리의 순간이 행복했으면 그 구간을 한 묶음으로 묶어 행복한 기억, 아무리 즐거운 시기를 거쳐도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불행한 기억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럼 지금이 불행해도 이 순간의 마무리를 잘하면 훗날 이 순간을 행복하게 기억하니 좋은 걸까? 

기억 행복과 경험 행복은 철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사회나 정책에서도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저자도 언급을 한다.


이 책을 통 틀어 느낀 것은 두 가지 질문이었다.

첫 번째는, 빠르고 강력한 답을 내지만 가끔 제 맘대로인 시스템 1과 논리적으로 판단하지만 게으르고 제한된 능력으로 가끔 잘못된 선택을 하는 시스템 2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내가 기억하는 행복했던 때는 정말 행복했던 때였을까? 기억 행복과 경험 행복의 교차점은 무엇일까? 지금 순간을 행복하게 살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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