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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자 돌아오지 않는 차례를 기다리길 몇 개월이 지나서야 결국 손에 넣고 말았다.

도서관에 책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갈 때마다 몇 번이고 검색했지만 얻지 못했다가 3일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외주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우연히 교보문고에 들리게 되었는데 나와보니 책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도대체 뭐길래 이토록 귀에 들어오는 걸까 반신 반의하며 책을 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내용에 일단 놀랐고, 책을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같이 소름돋는 반전 추리소설이 유명한데 말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니, 어두침침한 책 표지 색깔에 은은한 달모양부터 벌써 두근두근거리는 추리 냄새가 물씬 나지 않나?

놀랍게도 내용은 전혀 딴판이었다. 


요즘 새로운 환경과 경험들로 약간 신기해하면서도 불안과 이 길이 맞나 싶은 두려움이 공존해 붕 떠버린 일상에 이완감을 주기위해 지금 이시점에 소설책을 고른 이유도 컸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바로 이시점에 나에게 가장 적절했던 책을 골라버린 것 같다.


책이 꽤나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이틀도 안되어서 다 읽었는데 읽는 내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나미야 잡화점에 감사할 때 나 스스로도 왠지 모르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동안 상담이란게 전문적으로 해주는 사람도 있고 굉장히 어렵고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알고보면 누구나 상담을 할 때 스스로 마음속에 어떤 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나미야 할아버지처럼 자신 때문에 누군가 다치게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어도 소설처럼 몇 십년 후의 감사편지를 받을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비현실적인 구성과 내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때로는 상담의 말을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 결국 그 과정과 결과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가는 모습을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왜냐면 이래저래 모든 고민과 각자의 상황이 다르지만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결과에 만족하며 감사해했기 때문이다. 


말했듯이 요즘 난 많이 위축되어 있고 긴장이 수시로 일어난다. 자신감이 눈 앞에서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다 잠깐 다시 나타났다 해서 놓쳐버릴까 불안한 심정이다. 나를 믿고 나가는 용기가 아무래도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면 어쩌지, 날 얕잡아 보면 어쩌지 하면서 말이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상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도 어느정도 내 안에 있던 답을 건져 올린 것 같다.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나는 이런 나미야 잡화점 같은 일이 그런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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