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최근에 의사결정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생각과 나의 가치관 — 이건 늘 하는 생각이지만 — 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에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정말 유명한 헤지펀트 투자회사 대표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다.


사실 원칙을 알고리즘화 한다는데 회의감을 품고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해서 회사 운영에 적용까지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게 느껴지고 어떻게 한건지 궁금해하며 아직 책을 읽는 중이다.


근데 책의 문체가 굉장히 독특하다. 번역을 하면서 아마 그 느낌자체가 온전히 드러나는 건 아니겠지만 기존에 어떤 책에서도 — 당연히 내가 읽은 책중에서 — 보지 못한 논리정연함. 내가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 그 말은 이해하기 쉽게 써졌다는 것도 의미한다 — 그 논리적인 문장에 대한 깊이도 느껴지는 책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자기계발서처럼 술술 읽혀지진 않고 문장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맥락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 참 괜찮은데 하며 읽던 중에 이런 문장을 발견했는데

사실 우리가 이해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의식적인 사고는 이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가 변화를 위한 공식을 만들고, 이것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하는 이해하지 못하는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것보다 인과관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교육적 가치와 즐거움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이런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낮은 수준의 선호도와 습관일까, 아니면 나의 이성과 논리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탐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환영한다)경쟁적 본성때문에 우리는 컴퓨터가 발견한 이해할 수 없는 인과관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일부는 성공 일부는 역효과를 낼 것이다. … 늘 그런 것처럼 나는 이런 현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보다 새로운 세계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다.

- 레이 달리오 <원칙> p.354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분과 정말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분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 문장 앞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밝혀낸 이론과 공식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인과관계에 기초한 이론으로 만드려면 컴퓨터가 만들어낸 공식을 이해해야 함을 얘기하던 중에 이해해야한다는 생각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현재 풀리지 않은 고민을 책에 쓴 것이다.


정확히 "나는 잘 모르겠다." 라고 저자 자신의 원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에 쓸 수 있다는게 —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에 '나는 잘 모르겠다' 라는 식으로 책을 쓰는 사람도 엄청 드문것 같다 — 그가 말하는 겸손과 스스로의 생각에 의구심을 가지란 원칙에 언행일치하는 대목이지 않나 싶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이 책을 빨리 한국에 출시하고 싶은 생각이었다고 보고 싶지만.. 그렇다기엔 번역 상태가 참 별로다. 어쩌면 이 저자의 문체에도 원인이 있는 것같다. 다른 책보다 번역이 몇 배는 힘들지 않았나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