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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삶을 내게 보여줘!
나오는 사람: 비즐러 (비밀경찰) , 크리스타 (배우), 드라이만 (작가), 예르스카, 하우저, 그루비츠
아직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지 않은 동독에서의 이 영화의 첫 배경은 취조를 받고 있는 평범한 사람과 숨막히듯 취조를 하고있는 비즐러이다.
잔혹한 취조 과정을 녹음해 학생들에게 들려주면서 정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확신하듯 알려준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재우지 않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인거 아닌가요?' 라고 질문하자 출석부에서 그 학생을 체크하는데, 그 순간이 내겐 소름끼쳤다.
모든 행동, 말들이 의심이 되고 도청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는 생활은 생각만으로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비즐러의 확고한 신념에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정말 정직하고 성실한 공무원이다. 그랬던 그가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집을 도청하면서 규칙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드라이만은 평판이 좋은 작가이자 예술가로 관료들 사이에서도 서독으로 가지 않고 동독의 신념을 잘 따른다며 좋게 봐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그가 그런 척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적당히 맞춰주며 스스로는 옳다고 믿고 굳이 험한 길을 가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의 동료 하우저는 '너도 관료들이랑 똑같은 이상주의자야. 그 생각이 바뀌면 그때 나를 찾아와!' 하며 떠난다.
이 문맥에서 이상주의자가 가질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관료나 그들에게 맞춰주는 작가 너나 모두 다 이상주의자라는 말은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를 회피한다는 의미였다.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것은 본인이 당하기 전까지 회피하자는 말. 문제는 그렇게 자신의 주변인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도 회피할 수 있는가...
그러던 중 드라이만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속속들이 등장한다. 그는 유독 연출감독이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르스카 선생님을 따르는데 그가 자살하게 되고, 그의 연인 크리스타는 장관에게 성관계를 강요받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 사실을 비즐러가 알려주었다. (이 때는 비즐러가 어떤 생각으로 알려주었는지 모르겠다)
크리스타는 드라이만의 작품을 연기하는 배우이다. 아마도 이 사람이 비즐러가 익숙했던 행동을 멈추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당시의 상황에서 관료의 부패와 도청하는 이의 안타까움을 공유하게 된 드라이만이 한 번 두번 봐주기 시작하다 어느새 그들의 편이 된다. 이걸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의 생각에 공감을 했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맞을 것 같다.
그는 뛰어난 군인이었고, 취조관으로서 직업을 충실히 한 공무원이었고, 스스로에게 확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처음에 좋게 볼 수 없을 만큼 확고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그는 그 자체로는 완전했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어떤 행동을 한 것은 오히려 그가 스스로 어떤 것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단지 경험하고 느껴보지 못해서 알 수 없었던 것일 뿐이지.
누구나 가끔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고 살아보고 싶어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타인의 삶을 지켜보는 것이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봐야 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처럼 타인의 삶을 보지 않는 한 내 앞에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이 완전한 것이 될 수 있지만 그게 스스로 정말 원하는 삶이진 않을 것이다. 그도 국가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을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비즐러처럼 도청을 하는 정도로 알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은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고 얘기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많은 배경과 관점이 존재함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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