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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스젠더인 엄마와 15평짜리 작은 아파트 15층에서 살고 있는 인우. 그는 같은 층에 살고 있는 18살 비행 청소년 유민호에게 강간을 당하고 다니던 대학을 자퇴한 후 늙은 영화란 할머니뻘 보신탕집 사장 밑에서 개 손질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고기를 먹지는 못한다. 그는 틈 날 때마다 고양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가끔 고양이들에게 자신 또는 타인의 인격을 부여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항상 먹는 음식은 오므라이스와 레모네이드.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장난기가 발동했던 모양이다. 

여자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남자의 살가죽을 입혔으니. 

인간이 스스로 그 살가죽을 벗으려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 신은 정말 몰랐단 말인가.


그는 트렌스젠더인 엄마가 부끄러워 친구를 한번도 집에 들여보낸 적이 없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좋은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에게 무차별하게 맞아도 혹시 신고를 하면 엄마의 신상을 드러낼까봐 그만두고, 엄마가 사랑하는 해바라기 까페 아저씨를 아버지로 받아들일 마음도 가진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배경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과 이질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알 수 없지만 이 배경은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트렌스젠더, 가스와 물이 종종 끊기는 상황, 보신탕 집과 개손질, 강간, 폭행 

하나같이 쉽게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닌데 어떤 의미로 최근에 본 영화 "내부자들"을 보았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래, 이 장르가 소설이니까 하면서 믿는 구석이 있는 것 마냥 묵묵히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꺼림칙했던 건 사실이다.


현실에 잘 와 닿지 않는 현실은 부정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기 마련인 것 같다. 모른척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들인 당사자에게는 생사를 다룰만큼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이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경험하지 못하는 것,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되새겨 주는 게 책의 역할 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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